자존감 도서관/내면아이 알아가기

판단 없이 무조건 사랑하기(1) - 멍멍이의 사랑

웰빙팡팡 2021. 12. 30. 09:29

무조건적으로 내면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말 그대로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고' 사랑을 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랑이 내면아이가 느끼고 행동하는 바와 상관없이, 혹은 내면아이의 욕구와 필요를 따지지 않고 언제나 '기댈 만하고 일관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내면아이가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나거나 깊은 아픔을 느낄 때에도 우리가 열린 자세로 그 아이를 위해 행동한다면 내면아이는 우리에게 의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 아이들에게 일 주일에 한두 번밖에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애들이 아프다고 해도 어쩌다 한 번 신경을 써줄까 말까 하고, 애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는 일도 거의 없다고 칩시다. 그 아이들은 과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까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내면아이도 우리가 '언제나' 곁에 있어줄 거라고 믿지 못한다면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없습니다.

 

 

동물, 특히 개를 길러본 사람은 누구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해보았을 겁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인간보다 동물에게 더 쉽습니다. 동물에게는 규정된 자아가 없기 때문이죠. 뭐가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기고 주인에게 꾸지람을 듣는 개는 대개 슬픈 눈으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괴로움을 드러낸 채 온전히 열려 있죠.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화난 거 알아요. 그래도 사랑해요.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요"

 

 

이러한 행동은 몹시 사랑스럽습니다. 동물들이 그처럼 우리를 깊이 사랑해줄 수 있기에 우리도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개들은 지독한 학대를 받았거나 극도의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이상 주인을 덥석 물거나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엄마는 갓 태어난 아기의 눈을 처음으로 들여다보고 작은 몸뚱이를 껴안고 부드러운 온기를 느끼면서 새로운 애정의 깊이를 경험합니다. 한 번도 아기를 안아본 적이 없어도 괜찮아요. 작은 강아지를 품에 안았던 순간이 있었나요? 혹시 갓 구운 빵 냄새가 물씬 풍기던 순간, 봄비가 내리고 난 직후 말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때를 떠올릴 수 있나요? 바로 그 느낌이 내면아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때의 느낌이랍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내면아이를 사랑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애정 어린 행동을 하려면 사랑을 주는 기분을 알아야 합니다. 내면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창피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말로는 자신의 내면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아이를 애정으로 대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습니다.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사랑을 느끼고 사랑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내면아이를 무조건 사랑한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헌신'한다는 뜻입니다. 내면아이를 사랑한다면서 아이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내면아이에게 헌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이죠.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아이에게 헌신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내면아이에게 헌신하는 사람은 그 아이가 괴로워하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불행하면 얼른 그 이유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 대책을 강구합니다. 예를 들어 내면아이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겁을 먹었다고 말했을 때, 당신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면아이가 안전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리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내면아이에게 물어보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마스크를 넉넉히 준비하고 혹은 백신을 맞는 등 예방책을 세울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들이 자식에게 하듯이 말이죠.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내면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대개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을 가면 공황증세가 나타납니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며 숨이 가빠오죠. 내 내면아이는 저에게 이 상황이 부담스럽고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저 "걱정하지 마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다 지나갈 거야"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면아이가 안심하진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공황 증세가 나타날 것 같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서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를 들이키며 편하게 앉아 몸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너무 심하면 다음날 병원을 바로 찾아가죠.

 

앞으로도 저는 헌신할 겁니다. 힘들겠죠. 아마 다 맞춰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내면아이가 내 진심을 알아줄 만큼이라도 헌신하고 싶어요. 이 사람이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있긴 해도 사실 날 위해 헌신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내면아이가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일단은 이런 작은 다짐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