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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내면어른인가요?(1) - 순응형 내면어른

웰빙팡팡 2021. 12. 8. 14:57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정 어린 행동보다 애정 없는 행동을 더 많이 배웠습니다. 간혹 주변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사람을 알게 되면 쉽게 부러워하죠.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 선생님, 친척, 형제자매, 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그들의 태도나 행동을 따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존재 방식이 옳다고 그들이 말해주었죠.

 

내면어른은 주위에 있는 어른들을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배웁니다. 만약 어른들이 자기 자신과 남을 학대한다면 아이들도 자신과 타인들에 대한 학대를 배우며 자랍니다. 어른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할 때에만,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내면아이와 남들에게서 배우고자 노력할 때에만, 아이는 애정 어린 행동의 롤 모델을 세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렸을 때 흔히 애정 없는 역할 모델들을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번 포스팅과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역할 모델들을 여러 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마 이 모델들의 조합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 대부분은 이런 모델들에 속해있으니 좌절할 필요 없어요. 다만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임을 기억하세요.

 


순응형 내면어른, 갈등을 피하는 피스메이커

 

자신이 남의 행복과 불행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돌보미 유형. 이들은 오직 남을 기쁘게 하는 데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느낀답니다. 자기 욕구를 포기하고 남의 욕구에 순응하는 것이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도 남의 승인, 주로 배우자나 자식의 허락이 필요하죠. 아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모든 갈등은 자신의 허물 탓으로 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뜻을 꺾고 마는 사람들이죠.

 

또 이들은 마음속으로는 응당 받아야 할 칭찬을 받지 못한 것에 분개하면서도 자신이 모든 것을 베풀고 사랑한다고 믿는 순교자 타입이기도 합니다. 자기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방법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법도 달리 모르기 때문에 병이 나 드러눕기 일쑤입니다.

 

순응형 여성은 남성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만일 조용하고 새침한 여성상을 원하면 그런 여자가 되고, 남자가 어린 소녀 같은 여성상을 원하면 또 그런 여자가 되려 합니다. '좋은 여자,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보여지기 쉽습니다. 자신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 적도 별로 없고 다른 활동을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죠. 그저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만 합니다. 그녀의 내면어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잘못된 짓이라고 으름장 놓는 권위적 어른입니다. 

 

순응형 남자들은 전형적인 '친절남'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수동적 남성이죠. 대체로 무척 조용합니다. 이들은 직장에 나갔다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육아와 중요한 의사 결정은 아내에게 다 맡기기도 합니다. 이런 남자들의 자녀들은 대개 자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죠. 이들은 매우 다정다감한 아버지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식들의 눈에는 항상 아내의 기에 눌려 사는 유약한 남편으로 비치곤 합니다.

 

 

당신이 만일 순응형인 사람을 역할 모델로 선택한다면 당신의 사랑 없는 내면어른은 기본적으로 권위적이고 내면아이의 욕구와 필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겁니다. 이 경우의 내면대화는 다음과 같죠.

 

 

넌 네가 원하는 걸 할 자격이 없어

그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마, 그 사람은 감당 못해

그냥 져줘, 따지지 마

그냥 넘어가자

널 잃어도 되지만 그 사람을 잃으면 안 돼

그냥 사람들이 너에게 기대하는 걸 해

또 제대로 못했네

넌 이기적이야

놀기 전에 일부터 해

넌 ~를 해야만 해

넌 ~를 하지 말았어야지

 

 


포스팅을 하면서 속으로 많이 찔리네요. 저는 이 순응형 내면어른 역할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내면대화는 제게는 너무 당연한 말들이었어요.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욕구 따위는 무시해버렸어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습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매일 저를 짓눌렀죠. 

 

역할 모델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이 느껴지던 분노가 이해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이런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내 자신이 더 중요해

뭐 좀 피해주면 어때

이기적 여보이면 좀 어때

그걸 하면 정말 넌 행복하니?

 

 

그리고 생각보다 남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지죠. 나 없이는 남들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뇝니다. 몇 년이 걸려야 이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되는대로 해봐야죠. 뇌에 각인이 안되면 작은 흔적이라도 남도록 저는 이 생각들을 계속해볼 생각입니다. 내면아이를 지켜줄 든든한 어른의 모습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