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도서관/내면아이 알아가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방법

웰빙팡팡 2022. 2. 21. 13:14

혼자서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세간의 믿음과 달리, 우리는 혼자 힘으로는 회복하기 힘듭니다. 자신을 명확하게 보려면 타인의 피드백이 필요하고 두려움과 고통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죠. 내면아이를 사랑하는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다고 해도 내면아이의 고통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우리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고통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누군가가 그저 우리를 붙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필요'와 '결핍'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만 내면아이는 저버린 채 타인이 알아서 자기를 바로잡아주리라 기대한다면 그 사람은 딱한 결핍 상태에 놓인 것입니다. 타인이 우리의 고통, 외로움, 두려움을 떠맡아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까지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필요'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지만 '결핍'은 타인이 우리 대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드시 인식해야 할 사항은 우리가 사랑하는 내면어른이 되어 스스로 돕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자기 내면아이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는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사랑하고 위로하며 배움과 치유의 과정에 길잡이가 될 수 있지만 우리 대신 행동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우리를 사랑하고 도와준다고 해도 우리의 오래 묵은 상처를 낫게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상처는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두려움, 슬픔, 고통을 헤치고 나아가는 법을 배울 때에만 치유될 것입니다.

 

 

 

 

      병원 초기 치료 시기에 많이 힘들었던 것은 의사 선생님이 제게 분명한 방법을 얘기해주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저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병원을 갈때면 항상 이런 대화가 반복되었지요.

 

 

"조아씨는 자신에게 더 집중해야 해요. 자신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건 조아씨만이 아는 거예요."

"전 몰라요. 자꾸 노력하라시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소가 물을 먹도록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물을 직접 먹는 것은 소 자신입니다. 조아씨도 스스로 찾아내야 해요"

...

...

'아 젠장... 또 저 말이네. 완전 무책임해. 돌팔이 아냐?'

 

 

어쩌면 저는 그저 의사 선생님에게 매달리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승인을 받고 싶은 거죠. 그게 안될까 봐 남 탓도 하고 싶었고요. 답답한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 외에 어느 누구도 이 치유의 과정에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요. 사랑하는 남편이 내 옆에서 나를 끌어안아주고 같이 울어줄 수 있어도 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고통과 외로움, 허전함, 불안감은 반드시 제가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것들임을 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과정 가운데 제가 주인이 되고 타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방법들 중 하나인 '마더링'을 소개할게요. 


나이가 들어도 엄마가 필요하다  

마더링(mothering)이라는 단어는 어떤 태도와 존재 방식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불행히도 우리 문화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지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사랑하는 내면어른의 입장에서 내면아이와 연결되고 타인을 사랑하고 양육하고자 하는 욕망을 발견하면서 차츰 변화하는 추세에 있는 듯합니다.

 

마더링은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우리를 사랑으로 지탱해주지 못했을 때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혹은 유년기에 비롯된 심각한 트라우마를 직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데 필요하기도 합니다. 내면아이의 고통이 너무 깊어서 사랑하는 내면어른만으로는 역부족일 때 우리를 붙잡아주고 난관을 헤치고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다정한 어른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상처 입거나 고독 혹은 두려움을 느낄 때 완벽한 '엄마' 혹은 '아빠'를, 우리를 위로해주는 법을 잘 아는 누군가를 꿈꿀 수도 있죠. 그 사람은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고 언제나 해야 할 말을 완벽하게 압니다. 보살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우리 안의 작은 아이가 되어 포근하게 안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공감과 용서가 넘치는 어머니 혹은 아버지는 우리 옆을 지키며 보호해주고 우리가 고통을 배우고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안전한 위치에 있는지 지켜봅니다. 지지해주고, 어루만져주고, 달래줌으로써 치유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만 마더링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때때로 마더링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을 북돋아주고 지지하는 수완이 남달리 뛰어난 사람들 가운데 그 자신에게도 가끔은 그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나마 남성들은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종종 보살핌을 받지만 여성들은 남편이나 연인을 돌보기 바쁘면서도 정작 자기들은 그러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도 온화하고 다정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종종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신의 내면아이와 함께하는 사랑하는 내면어른으로서 나타나는 어떤 남성들은 온화하고 다정하며 정말로 타인을 보살피고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남성들 옆에 있는 여성은 보살핌을 필요로 할 때 얻을 수 있으므로 운이 좋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아이를 저버린 남성들은 보살핌을 받으려고만 하는 경우가 많죠. 

 

 

 

      올해로 저는 결혼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남편과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서 우리는 10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따뜻하고 성실한 남편을 보며 '이 사람을 믿어도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초기 우리는 많이 다투었습니다. 서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요. 남편은 저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며 힘들어했는데 저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철저히 스스로를 숨기고 억누르며 살아왔으니 그저 남의 눈치만 보기 바빴으니까요.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건만 밖에서는 남의 눈치를 살피고 집에서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니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남편은 저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는 갑자기 짜증을 많이 내고 감정 조절을 힘들어했으며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남편의 눈에 저는 그저 억지 부리는 5살짜리 아이로만 보였습니다.

 

그렇게 결혼 후 몇 개월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스스로 지쳐가던 저는 결국 고통스러운 신체증상을 겪으며 정신과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때에서야 제 상태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때 처음 남편에게 제가 겪어온 과거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제 과거를 말했어요. 남편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결단이 선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을 꼭 지킬 거야. 장모님이든, 장인어른이든,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내가 지킬 거야"

 

그때는 남편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머리가 터져버릴 듯이 복잡하고 1분 1초가 지옥이던 때였으니까요. 그날 남편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너무나 안쓰러워했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남편의 반응을 이해할 겨를도 없었지요. 그저 저의 고통을 처음 마주하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남편은 진정한 '마더링'이 무엇인지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힘들어서 울면 옆에서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었습니다. 나의 모든 짜증과 감정의 격변을 받아주었습니다. 매주 저와 함께 병원에 가주었습니다. 혼자 병원에 와서 무표정으로 대기하며 의자에 앉아있는 수많은 환자들 속에서 남편은 제 옆을 지켜주며 저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늘 예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주었어요. 

 

결혼 초 저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스스로 많이 어색해했는데 우리 사이는 함께 에너지를 발산하며 즐겁게 노는 관계로 점점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아이가 될 수 있었고 아이들처럼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챙기며 뛰어놀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뛰어놀았습니다. 가끔 저는 남편에게 아기처럼 안기곤 했는데 그럴 때면 남편은 저를 엄마처럼 안아주었습니다. 그런 관계가 마더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서로의 내면아이를 붙잡아주고 안아주고 보살펴주고 달래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남편을 통해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사랑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그것은 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진짜 마더링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저의 잘못된 자아의 신념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더링은 그러한 잘못된 신념들을 제 안에서부터 끄집어내었지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일까, 다른 이들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그들도 나를 받아주지 않을 거야, 나는 혼자로 남아 버려질 거야 하는 등의 두려움이 그렇게 제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과 그들의 사랑을 불신하던 버릇도 조금씩 고쳐지게 되었습니다. 저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해도 상대는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남편을 통해 배웠지요. 두려움이 밀려오고 불안감이 저를 잠식할 때 저는 남편을 부릅니다. 일명 '충전'의 시간이죠. 남편은 하던 일을 제치고 달려와서 저를 꼭 끌어안아줍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포옹을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서로 대화를 많이 합니다. 주로는 제가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대한 감정들을 남편에게 이야기 하죠. 그러면 남편은 가만히 들어주며 공감해줍니다.

 

"많이 힘들었겠다" 

 

남편의 이 한마디를 들으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됨을 느낍니다. 불안감도 조금씩 해소되는 것을 느끼죠. 종종 그 시간동안 이런 질문들도 합니다.

 

"나를 왜 사랑해?"

"왜 나한테 화를 안 내?"

"시간이 지나도 나를 이렇게 안아줄 수 있어?"

"왜 나한테 요구하지 않아?"

 

아직 저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냐는 질문보다는 왜 사랑하냐는 질문이 익숙합니다. 이런 저에게 남편은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냥 널 보면 안쓰러워. 마음껏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좋겠어"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준다는 말이 바로 진정한 마더링입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손길이 진정한 마더링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접촉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담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접촉, 치유의 접촉입니다. 내면아이의 절망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치유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무조건적인 사랑의 접촉입니다.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는 이 고통을 대가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경험하게 되면 더는 버림받은 내면아이의 해묵은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그동안 몇 분의 상담 선생님들로부터 치료를 받았는데, 그분들에게 남편과의 이런 일화를 들려드릴 때마다 그들이 짓던 표정과 반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 남편이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조아씨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해서 남편을 선물로 받은 것만 같아요"

"보통은 상담 선생님이 그런 마더링의 역할을 하는데 조아씨는 남편이 그런 역할이 되어주니 정말 행운이네요!"

 

상담 선생님들의 말처럼 저는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마더링을 해주던 남편이 있어도 제 본질적인 고통과 상처는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마더링의 역할을 해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담 선생님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죠. 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들은 마음껏 우리의 상처를 끌어안아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길잡이일 뿐입니다. 결국 저는 스스로에게 마더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본질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네 옆에 있어준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연스레 할 수 있어야 하죠. 스스로 엄마 같은 보살핌과 지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꺼이 포옹하고, 손 잡아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내면아이가 바라는 것이고, 아이는 또한 그것을 응당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사람이 돼있으리라 믿어요. 우린 다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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