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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 만나기가 두려운 이유 (2) - 고통에 대한 두려움

웰빙팡팡 2022. 2. 17. 11:48

내면아이를 만나려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될 만한 두려움과 잘못된 신념은 매우 많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선 그중 하나인 분노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그 분노 밑에 언제나 깔려 있는 고통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2022.02.16 - [내면아이 알아가기] - 내면아이 만나기가 두려운 이유 (1) - 분노

 

내면아이 만나기가 두려운 이유 (1) - 분노

어떤 사람들은 내면아이와 유대를 맺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일인지를 이해하자마자 바로 본격적인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그런 사람들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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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밑에는 언제나 고통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 괴로움을 겪었고 그러한 감정을 피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래도 그 감정은 여전히 내면아이 속에 남아 있습니다. 내면아이와 함께 배우려면 오랜 괴로움을 기꺼이 느끼고 치료할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버림받은 내면아이나 사랑 없는 내면어른의 고통에 대한 잘못된 신념에 계속 매달리는 한, 그러한 신념을 검증하려 들지 않는 한, 여러분은 방어 상태에 빠져 한 치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양자택일이 있을 뿐, 배움에 열린 자세를 취하면서 고통을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오랜 괴로움은 알고 싶지도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믿고 싶어서 온 힘을 기울여 왔다면, 집안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게끔 교육받고 자랐다면, 진실을 자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저 종종 떠오르는 격정적인 감정들과 답답한 느낌들을 억누르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진실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깨닫기 전까지 이렇게 저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머릿속에서 이상화된 부모를 잃고 이상화된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면서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고통과 슬픔을 헤치고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회복은 없습니다. 고통, 두려움, 슬픔을 피해서 돌아가는 길 따위는 없습니다. 치유해야 할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돌파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가장 뿌리 깊은 감정은 외로움, 혼자라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광기는 모두 이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저항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자아의 보호는 모두 그러한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발동하는 것이죠. 우리의 고질적 외로움은 내면 어른과 내면아이가 연결되어야 치유될 수 있습니다. 

 

혼자라는 쓸쓸함, 외로움, 무력함의 고통을 직시하자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면어른과 내면아이가 탄탄히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러한 성과는 얻을 수 없죠. 내면아이는 당신이 아프고 힘들어도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그러한 고통을 느끼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든든하게 버티고 고통에서 배우려는 자세로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믿음, 고통을 뚫고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저 역시 큰 용기를 치유를 위해서 큰 용기를 내야만 했습니다. 

 

 

"난 결국 혼자가 되고 말거야"

"이 세상에 날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외로움, 무력함의 고통에 마음을 열 때까지 이 목소리는 늘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많이 무서웠습니다. 외로움을 직시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내던져 4킬로미터의 수심을 내려가 바닥에 부딪쳐보는 경험과도 같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숨을 참아보려 하지만 이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니 그냥 다 잘 되겠지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결국 바닥에 다다르고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평생 느끼고 알기를 두려워했던 바로 그것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울 때까지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다 드디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며 서서히 수면을 향해 몸이 떠오릅니다. 살다 보면 언젠가 또다시 자신을 놓아버리고 가라앉아야 할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그렇게 길지도, 두렵지도 않을 거예요. 

 

 

내면아이 속의 고통을 느끼고 체험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사람들이 답보 상태에 빠지게 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배움보다 감정을 차단하여 자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수록, 지금도 나를 괴롭히는 신념과 경험을 파악해야 한다는 책임을 멀리하는 한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때로는 내면어른이 내면아이의 분노와 고통을 열린 자세로 배우겠다고 결심했는데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내면아이가 자신의 분노와 고통을 내면어른이 심판할까 봐 두려워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내면아이가 내면어른의 사랑에 정말로 의지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 침묵을 지킬 것입니다.  

 

오늘은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볼 생각입니다.

 

진실을 아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포기하지 않을 거야.

지금 느끼는 이 고통과 두려움은 영원하지 않아

내 몸이 가벼워져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때까지 너와 늘 함께하고 배울게

 

내면아이와 대화할 때 저는 무조건 잘해주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진 않습니다. 그 아이도 알거든요. 진심을 다해 말하는지 아님 아무 감정 없이 무심하게 말하는 것인지를요. 솔직한 것이 최곱니다. 이 고통이 두렵다면 두렵다고 말할 거예요. 직시하기 싫다면 싫다고도 말할 겁니다. 하지만 계속 배우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진심은 꼭 말해줍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대화에 제 내면아이는 안심하더군요. 저를 의지할 수 있다고 완전히 느낄 때까지 저는 솔직하게 제 진심과 사랑을 말해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