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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 만나기가 두려운 이유 (4) - 수치심

웰빙팡팡 2022. 2. 19. 10:59

어렸을 때 나쁜 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을 뿐 아니라 실제로 못된 짓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꽤 많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어릴 때에는 다른 애들을 때리고,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고, 불장난을 하거나 전반적으로 못돼먹은 아이처럼 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그 아이가 사랑받지 못한 채 버려졌다고 느낄 때의 당신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당신의 참모습,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내면아이의 모습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못되고 나쁜 사람이라고 믿는다면 자신의 내면아이를 파악하거나 진실을 밝히기가 두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본질은 결코 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려면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열린 자세로 배우고, 고통을 느끼고, 기억을 떠올려야 합니다. 탐색을 두려워하는 동안은 답보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참 존재는 '알 가치가 없다'고 믿으며 자랐습니다. 만약 부모가 자녀의 참다운 모습, 자녀의 두려움과 욕망, 기쁨과 고통을 파악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 그 자녀도 자신의 내면아이를 굳이 알아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왜 골치 아프게 그딴 걸 알아야 해?'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렇게 믿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자기를 알고 싶어 하기만 하면 그로써 자기는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 셈입니다. 스스로 내면아이를 알고자 하고 자기는 알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신념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기 전까지는 궁지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는 것이죠.

 

"나는 정말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 수치심 떨쳐버리기

수치심은 우리의 본질이 악하거나 우리와 관련된 어떤 것이 나쁘다고 생각할 때에 품게 되는 감정입니다. 수치심은 우리가 마음을 열어 내면아이를 사랑하고 그 모든 보호책들의 이면에 있는 우리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가를 깨달을 때까지 치유되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하면 자연스럽게 남들도 나를 나쁘거나 잘못된 사람으로 볼까 봐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처럼 '나쁘다'라는 판단을 두려워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배움을 쌓기가 어려워집니다. 자신의 내면아이가 나쁘다고 믿어버리면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내면아이의 태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남들에게 나쁘게 보이지 않게끔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면서 대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에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수치심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의 착각

사실 수치심은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라고 대차게 말하지만 인터넷 댓글이나 SNS에 영향받기는 마찬가지이죠.

 

우리가 수치심을 자주 느끼는 것은 몇 가지 인지적 착오 때문입니다. 우선, 모두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착각입니다. 단체사진을 연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소풍을 가서 단체사진을 찍으면 어김없이 나만 눈을 감고 있거나 못마땅한 표정이어서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내 모습만 신경을 쓰듯 남들도 자기 모습에만 신경을 씁니다. 사실 대다수는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화장이 떴는지, 눈을 감았는지에 관심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착각입니다. 꼭 완벽주의자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에 엄격한 편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타인들은 내가 한 행동이나 변화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게 일반적이죠. 내가 나를 평가하듯이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들이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누군가 나를 두고 입방아를 찧었다고 가정해봅시다. 회사 동료들이 모여 내 험담을 했다거나 친구들이 내 욕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큰 충격을 받습니다. 모욕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혀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 얘기는 단순한 가십거리, 한번 씹고 넘어가는 가벼운 주제일 뿐입니다. 험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금세 관심을 돌립니다. 사람들은 애당초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불안감과 더불어 수치심은 제가 자주 느끼는 감정들 중의 하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착각들은 제가 밥먹듯이 하는 착각들입니다. 남들이 나를 보고 있을까봐 밖에 나가지 못하고 남 앞에서 실수했던 모습을 곱씹으면서 오랜 시간 끙끙댑니다.  사실 나 스스로가 당당하고 사랑받을만하다고 느낀다면 "뭐 어때. 다들 그러고 사는데"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더 민감하죠. 그러면서 매 순간 스트레스를 받고 인생이 피곤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쉽게 지쳐버립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수치심은 다 착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하나하나 알고 난 뒤에는 조금씩 사람들 앞에 설 용기가 생깁니다. 난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되뇌입니다. 그렇게 똑바로 고개를 들고 길을 걷다 보면 맞은편에 오는 사람들이 다 다른 곳을 쳐다보며 지나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실 아무도 내가 지나갔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정 의심스럽다면 저는 시간이 지나고 혼자 의자에 앉아 그때 어떤 사람들이 나를 지나쳤나를 떠올려보는 연습을 합니다. 어떤 얼굴을 하고, 무슨 옷을 입었는지에 대한 것을요.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더군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던 것입니다. 그들 역시 저를 대할 때 똑같을 테지요. 그렇게 하나하나 인지적 오류를 발견해나갔습니다. 스스로 수치심을 대면하고 그 고통을 느끼고 떠올리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오류를 알아차리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저는 갈 길이 멀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착각과 인지적 오류들을 계속 찾아나가고 싶어요. 사실 내가 얼마나 사랑받을만한 사람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