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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 만나기가 두려운 이유 (3) - 관계 중독

웰빙팡팡 2022. 2. 18. 09:47

어쩌면 당신은 사랑을 '주는'것보다 '받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기가 '보는'것보다는 '보이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타인의 동의와 애정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사랑과 이해를 베풀 때 최고의 감정이 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최고의' 감정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얻는 데서 온다고 잘못 믿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렇게 믿는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더 많은 애정,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인정,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보내주는 더 많은 시간, 혹은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술과 약물,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을 갈구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얻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독과 동반 의존의 핵심에는 이러한 잘못된 신념이 있습니다.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 관계 중독에서 풀려나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깊이 중독된 나머지 답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 그 상대에게서 비롯된다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정서적으로 보살피는 것이 자기 소임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로 '가정'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서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사랑을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 하기 때문에 진전이 없습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 마음을 열고 자신을 사랑하기 전까지는 타인이 사랑을 주어도 자기가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죠.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 없는 행동이 우리의 마음을 꽁꽁 닫고 타인이 베푸는 사랑조차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양육자로부터 받지 못했던 사랑을 타인으로부터 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타인과의 관계가 틀어진 경험을 수도 없이 많이 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먼저'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얻고 난 '이후'에만 사랑을 베푸는 척 연기를 할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자기는 이미 사랑을 베풀고 있으니까 문제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당신 자신은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므로 배우자나 연인이 애정을 보이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고 믿을지도요. 내면 아이와 분리되어 있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은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나 자기 자신에게 애정이 없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은 자기에게 얼마나 애정이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진전이 없죠. 어쩌면 그들이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할 줄 알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정작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의도, '사랑을 주기 전에 먼저 사랑을 얻어라'라는 의도를 스스로 속이는 사람은 답보 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랑을 얻기 위해 연기를 할 뿐입니다. 그들의 기본 의도는 여전히 자신과 남들에게 사랑을 주기보다는 사랑을 받는 것이고, 그들이 불행해지면 불행해질수록 애정에 대한 욕구는 커집니다.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모에게서 수용한 믿음에 따르면 그들은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고 자기를 행복하게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며, 관계 중독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면어른이 책임감을 완전히 내팽개쳤기 때문에 내면아이는 홀로 버려진 채 어떤 어른도 없다고 믿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왜 내면대화를 실천하지 않냐고 물으면 나오는 대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이것은 버림받은 내면아이, 대화에 진정으로 입문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아이가 하는 말입니다. 내며어른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자신이 내면아이의 요구와 감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랑 없는 어른의 모습을 선택했음을 깨달을 때까지 그 사람은 궁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마 자신이 버림받은 내면아이에게 어른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며 내면대화를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자신이 내면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었지만 직접 쓴 글에는 오로지 내면아이가 하는 말뿐일 수도 있죠. 자신이 내면아이에게 믿음직한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시험해보기가 두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대신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고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친구를 사귈 때마다 항상 친구가 제게 관심과 애정을 얼마나 주는지를 자꾸 확인하려 들었습니다. 부모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것을 친구에게 갈구했지요. 언제나 제가 잃어버린 것을 보상해줄 누군가를 찾았씁니다. 친구를 이상화시키고 과도하게 그들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사랑이 철철 넘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들을 위해선 뭐든지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할 줄 조금 알 뿐이지 사랑을 아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제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떠났기 때문이죠. 내가 관심을 주고자 하는 사람 외에는 철저히 냉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관계를 부담스러워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엔 관계를 정리하고 자기 혼자만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의 첫 걸음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듯, 관계 중독자는 인간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아이와 사랑으로 깊이 연결되는 법을 배울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타인을 통해 얻는 감정보다 '더 나은' 감정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찾아봤자 똑같은 중독으로 귀결될 뿐입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타인과의 사랑에서도 그저 사랑을 획득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진짜 경이로운 교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년 째, 사람들과의 관계를 대부분 끊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과감한 시도였죠.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었습니다. 사랑을 얻기 위한 모든 연기를 멈추었습니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을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냈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선 제 자신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내 양육자에게서 얻게 된 믿음에 따르면 저는 쓸모없고 안일하며 자신을 지킬 수 없는 나약한 존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내 부모와는 다르다고 믿었습니다. 나는 변할 수 있다고 믿었고 더 이상 연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혼자 있을 때에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사랑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 다짐했습니다.나 자신을 기꺼이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건강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강한 '원함'이 어쩌면 저를 이만큼 성장하게끔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내면아이에게까지 그 '원함'이 닿았을지도요. 지금도 여전히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저는 여전히 배울 겁니다.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