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도서관/내면아이 알아가기

글쓰기, 가장 강력한 내면대화

웰빙팡팡 2022. 2. 6. 11:32

글쓰기는 내면아이와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내면대화가 종이 위에 기록되면 언제고 다시 돌아보기가 쉬워지고 그 대화에 참여한 여러 목소리들을 구분하기도 한결 쉽기 때문이죠. 이러한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면 자신이 내면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 대화 과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간단한 편지를 내면아이에게 쓰는 것으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이 말이죠.

 

 

난 네가 정말 존재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그래도 한번 노력해볼게

난 네가 두려워. 나를 항상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같이 느껴져. 

 

 

부정적인 생각이라해도 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적어보며 시작해도 괜찮아요.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글로 적으면 적을수록 자신의 내면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저의 내면노트 중에 적힌 내면대화 중 한 부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 아이는 화가 잔뜩 나 있었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내면대화를 이어 나가며 글로 적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내면어른은 Adult의 A로, 내면아이는 Child의 C로 정해서 내면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년**월**일>

A. 안녕? 오늘은 어제보단 기분이 나았어? 잠을 잘 못자던데 많이 힘들어 보여.

C. 지겨워 죽겠어. 엄마란 년을 생각하고 내가 당한 걸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죽고 싶어. 그놈의 과거가 떠올라 죽고 싶었다고. 죽어야 끝날 것 같다니까! 네가 그걸 알기나 해? 언제나 날 혼자 놔둔 주제에. 하나하나 다 생각나. 나를 보고 깨물려고 이빨을 드러낸 엄마, 내 말은 믿지도 않고 욕질에 무시까지. 그러니 내가 이렇게 지금도 비정상 취급을 받는 거잖아.

A. 아무도 널 욕하지 않아. 그저 마음이 아파. 엄마가 널 믿어주지 못했구나. 널 처참하게 짓밟았어. 넌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지. 그땐 나도 무서워서 도망가버렸어. 엄마가 무서웠어. 엄만 너무 에너지가 넘쳤어. 파괴하는 에너지. 그 옆에 널 혼자 두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라도 지켜줄게. 널 믿어. 널 신뢰해. 아직 부족한 나지만 노력할 거야.

C. 믿긴 뭘 믿어. 넌 늘 나를 짓밟지. 내 결정을 탓하고 멍청이, 실패자, 쪼다라고 욕하잖아. 네 말에 진심성, 신빙성이 없다고 새끼야. 말만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해. 넌 없었잖아!! 난 늘 혼자 뒤집어쓰고 입 다물고 있어야 했어.

A. 그랬구나. 넌 혼자 외로워야 했구나. 울고 싶음 울어. 화내고 싶음 내도 돼. 난 널 안 떠나. 니 이야기를 들을 거고 니 옆에 있을 거야. 얼마나 억울했니. 니 목소리를 마음껏 내도 돼. 다 들을게. 너의 작은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싶어.

C. 그래. 들어줘. 제발 들어달라고!! 난 말이야. 하고 싶은 게 많아. 그런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뭐든 혼자 알아서 해야 했지. 외로워. 날 안아줘.

A. 이리 와. 아니 내가 갈게. 안아줄게. 이제 내가 옆에 있고 니 얘길 들어. 하나하나 네가 원하는 걸 말해줄래? 우리 예쁜 아기. 울지 마. 소중한 내 어린아이. 꼭 안아줄게. 통통한 볼이 너무 예뻐. 나는 널 떠나지 않아. 끝까지 함께할래.

 

 

 

사실 저는 오랫동안 저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부모님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있었고 무너져버릴 것 같은 가족을 살려보려 중재자의 역할을 도맡아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내면아이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외로움에 이미 충분히 지쳐있었습니다.

 

저는 내면노트를 작성할 때 내면아이의 작은 생각들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적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이의 엄청난 분노와 절망, 처절한 외로움을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쉽지는 않았죠. 이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저 아이의 분노에 귀 기울이기로 마음먹었고 진심을 다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다행히 위의 대화가 끝난 후 저는 가슴 한가운데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포근하게 안겨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내면대화를 적극적으로 훈련한 이후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죠. 그래서 이 감정과 느낌도 노트에 함께 적어놓았습니다. 이날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고 힘들어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대화를 무리하게 이어나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매일매일 대화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면대화를 할 때 내면아이와의 대화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면노트를 쓰는 연습이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평생 버림받은 아이 역할로 살아왔을수록 내면어른과 아이 둘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대화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말도 들리지 않고 한 글자도 적지 못해서 노트에 날짜만 적을지라도 괜찮습니다. 내면노트를 적는 훈련을 이어갈수록 내면으로부터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해지고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또 다른 내면대화의 강력한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