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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가 고집하는 잘못된 믿음들

웰빙팡팡 2022. 2. 14. 09:59

우리의 두려움과 그러한 두려움을 낳는 잘못된 믿음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내가 가치 있는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 그렇습니다.  남을 조종할 수 있다는 신념('내가 마음을 열고 잘해주면 저쪽도 마음을 열 거야'),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신념, 남의 감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은 모두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런 신념들이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니고 우리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한 신념을 채택했지만, 어디서 그런 신념을 얻었고 그 신념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했는지 이해하기 전까지는 신념에서 나온 행동 방식은 절대 고칠 수 없습니다. 사랑 없는 내면어른과 사랑받지 못한 내면아이의 잘못된 신념, 곧 자아의 신념을 파악하는 것은 사랑하는 내면어른이 할 일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 있습니다.

 

 

난 왜 그렇게 믿는 거지? 어렸을 때 어떤 경험이 이런 믿음을 가지게 한 걸까?

이 믿음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서 내가 얻는 건 뭐지?

난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내가 이제 이 믿음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난 어떻게 될까?

 


저는 평생 중재자 및 돌보미 역할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 아빠 그 중에서도 특히 엄마의 감정을 책임져야 했고 저의 20대 전부는 아픈 언니를 돌봐야만 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무시되어야 했고 다른 이의 감정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내 가족이 무너져버리고 나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과도하게 눈치를 살피고 남들의 감정과 생각까지 책임지려 노력했습니다. 타인의 작은 지적이나 부정적인 반응에 쉽게 좌절하고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내면에 쌓여갔습니다.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죠.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살아온 저는 이러한 내면의 분노와 강박,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감과 고통의 원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제 자신을 학대할 뿐이었죠.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주먹에 피멍이 들 정도로 벽을 쳐댄다든지, 바닥에서 뒹굴며 악을 쓴다든지, 스스로의 뺨을 때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분노와 괴로운 감정들이 쌓일대로 쌓이면서 저는 신체증상을 앓기 시작했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쪼여오면서 숨을 쉬기 힘든 증세를 자주 겪게 되었습니다. 수면이 짧아지고 팔다리에 마비 증세를 겪고 걸을 수 없을 만큼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상태가 되어서야 겨우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약물 치료 및 상담 치료를 병행하면서 저는 제 생각과 행동의 원인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제 내면아이의 뿌리 깊은 외로움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 것이죠. 

 

저는 마음속 깊이 괴로운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평생 남의 눈치만을 보고 그들의 감정만을 우선시했습니다.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 괴로운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타인을 전적으로 돌봐주고 과도하게 그들의 감정을 떠맡으면서 그들과 분리되지 않으려고 애써 왔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 저느 이 뿌리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달래주어야만 했습니다. 혼자 버림받을 것이라는 그 신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참 많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외로움과 두려움에 제 마음을 열었습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그동안 계속 잘못된 신념에 매달려왔던 제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생했어

무너지지 않으려고 정말 잘 버텼어

근데 정말 괜찮아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저는 제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대했던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이유들을 깨닫고 난 후에야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감정과 행동들에서 조금씩 해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충동적으로 느껴지는 짜증과 심각한 불안 증세가 조금씩 완화되었죠. 저의 내면어른이 내면아이를 이해하고 함께 배울 때 자아의 잘못된 신념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그때 비로소 진실 속에서 사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의 상호 신뢰

내면어른이 애정을 갖고 자기와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 법을 내면아이가 배워야 하듯이 내면어른도 내면아이를 믿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면아이를 알아 가는 과정에 처음 입문해서야 자신이 그동안 내면아이를 미워해 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내면아이를 도와줄 방법도 없는 무력한 피해자로 생각하거나 못되고 앙심을 품은 존재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리석고 하찮으며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문제는 그들이 내면아이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버림받은 내면아이의 모습일 뿐이란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 모습을 자기 내면아이의 참모습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들은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을 때리거나, 생각 없이 부주의하게 굴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일삼던 자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기들이 기억하는 그 아이는 버림받은 내면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사랑받을 때에는 어떤 모습일지 아예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그들은 내면아이를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를 알게 되는 것조차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불신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감하게 그 아이를 만나는 것뿐입니다. 처음에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입양했다고 상상하면 꽤 도움이 됩니다. 그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고 어쩌면 학대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거칠고 화를 내거나, 늘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거나, 성격이 침울하고 수동적이죠. 그 아이는 당신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좀체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아이를 버릇없는 망나니 취급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천천히 시간을 두고 그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를 보이시겠습니까?

 

 

제가 한때 키웠던 고슴도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어느 날 지인의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케이지에 담겨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버려진 고슴도치를 발견했습니다. 주인이 해외여행을 가면서 잠시 지인에게 녀석을 맡겼던 것인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찾아가지 않더랍니다. 처음엔 배마사지도 받고 사람의 손 위에서 순하게 누워있던 녀석이라 들었는데 당시엔 사람의 인기척만 느껴도 가시를 바짝 돋우고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케이지 앞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던 저는 언니와 제가 사는 자취집으로 고슴도치를 데려왔습니다. 냄새나는 케이지를 청소하고 쾌적한 보금자리를 얼른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리는 녀석을 그냥 바라만 보기로 했습니다. 소리를 내며 경계하는 거리까지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서 녀석을 바라봤습니다. 머리를 구석에 박고 그렇게 며칠을 얼굴조차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기다려주었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작은 상자에 갇혀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녀석에게는 이 모든 상황들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웠을 테니까요.

 

우리는 그저 끼니 때마다 사료를 넣어주고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날 저녁 오드득 오드득 사료를 씹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아 이 녀석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구나! 우린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녀석이 맛있게 먹을 밀웜도 사서 넣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우린 이 고슴도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지요. 얼마나 귀엽게 생겼던지!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또다시 시간이 한참 지나면서 녀석을 케이지 밖으로 꺼낼 수 있었고 집으로 데려온 지 몇 주가 지나서야 드디어 케이지를 청소하고 새로운 톱밥을 깔아주었지요. 그리고 더 이상 녀석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갈 때 괴상한 소리를 내며 벌벌 떨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녀석을 우리의 손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밀웜을 올려놓으면 그것을 먹기도 했습니다. 우린 간간히 이빨에 물리기도 하고 가시에 찔리기도 했는데 언니는 가시에 찔려 피가 나면서도 녀석을 품에 끌어안아주었습니다. 발톱도 깎아주고 목욕도 시켜주면서 말이죠. 

 

저는 제 안에 이런 고슴도치같은 내면아이가 보입니다. 그 어린것의 눈을 바라보면 두려움이 보이죠. 하지만 그 두려움 이면에서는 온화함과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눈빛도 보입니다. 바로 이 아이가 제 내면아이입니다. 어쩌면 거칠고 우악스럽고 폐쇄적인 아이로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그저 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뿐이 아이입니다. 제가 충분히 오래 사랑을 주면 이 아이는 마음을 열겠지요.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이며 쾌활하고 지혜로운 이 아이는 제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과 답답한 상황들로부터 저를 자유롭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