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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무서워 떠나지 못하는 사랑

웰빙팡팡 2022. 9. 2. 12:05

이별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이상 만나길 원치 않는데도 헤어지기 두려워서 관계를 못 끊습니다. 행복하지 못한 사랑을 힘겹게 이어갑니다. 심지어 무시받거나 폭행을 당하면서까지 상대를 떠나지 못하기도 하고, 적잖은 돈을 빌려주고는 갚으라는 말을 못하기도 합니다.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상대가 떠날까 봐 두려워서이기 때문이지요.

 

이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이별을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 찍습니다. 헤어지면 인생이 곧 끝나기라도 할 듯이 여깁니다. 그래서 뭐가 힘든지 실감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합니다. "이 엄청난 일을 당했으니 난 이제 어떻게 살죠?" 하는 식입니다. 이 사람들이 지닌 핵심 감정은 대개 '외로움'입니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운 것이며, 외로움은 곧 괴로움이라고 간주합니다. 혹은 자신은 혼자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나약하고 여려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라고 단정하기 때문에 상대가 못났어도 이별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이라도 있어야 해'

'저 사람은 그래도 나를 사랑하잖아. 나를 사랑해줄 유일한 사람이야'

'저 사람만큼 나를 사랑해준 사람도 없었어'

 

라며 의지하고 관계를 유지합니다.

 

 

혼자 남겨졌던 기억에 대한 공포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대개 상처와 연관이 있습니다.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인데 특히 일곱 살에서 열 살 무렵에 혼자 집에 남겨진 경험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뭔가 무섭거나 불쾌한 일을 겪으면 '혼자 있음'은 곧 불쾌한 경험으로 각인되기 쉽습니다. 또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부모를 향한 원망과 이어지곤 합니다. "그때 왜 나를 혼자 뒀어?" 하는 원망. 방치되고 보호받지 못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또다시 그런 연약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합니다.

 

어린아이가 혼자 집에 남겨져 두려움에 떨었을 때 어른이 "용감하게 혼자 있었네? 대단하다"라며 칭찬을 해줬다면 조금 나을 수도 있습니다. 불안하지만 그만큼 용기를 얻을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 있다가 더 위험한 사건을 경험했다면(성추행, 음란 전화 등에 노출된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불안했던 마음에 적절한 공감을 받지 못했을 때도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 따돌림이나 괴롭힘, 소외를 당한 경우도 트라우마가 됩니다. 그런 일이 또 생기고 무시를 당할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이별은 자신을 돌볼 소중한 기회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인류가 겪는 고통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겪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이별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해 너그러워지기를 바랍니다. 몇 날 며칠 우는 사람도 있고, 괜찮은 듯 웃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들도, 무덤덤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면 안 된다거나, 참으면 안 된다거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별을 너무 나쁜 것으로 낙인찍을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 없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나쁜 일 또한 없습니다. 이별 후 혼자가 되면 외로워지게 마련이지만 그만큼 자유로워지기도 합니다. 혼자가 됐다면 마침내 자유를 누릴 기회가 생겼다고 보면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즐겁지만 그만큼 제약이 따릅니다. 내가 받는 것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죠. 그러다 혼자가 되고 나면 드디어 자신을 맘 놓고 돌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동의도 필요 없고 때로는 거슬렸던 충고와 간섭 따위에서도 벗어나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별 후 자신을 다독일 괜찮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떠나고 싶은 시간에, 원하는 교통수단을 타고, 일정 역시 누구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도착한 여행지가 별로여도 상관없습니다. 그 자유를 한번 느끼고 나면 자유의 가치를 진정으로 깨닫는 기회를 맛보게 됩니다. 곡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일치기도 좋고 가본 곳을 다시 가봐도 됩니다. SNS에서 유명하지만 시외에 있는 디저트 가게나 소품샵을 찾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며 가보지 못한 곳을 가는 것도 좋습니다. 자유가 생겨 가능한 일들이니까요.

 

 

 


 

 

 

저는 엄마와의 정서적인 이별이 몹시도 두려웠습니다. 상담 초기에 상담 선생님은 엄마와 저의 관계를 병리적인 의존 관계라고 알려주셨지요. 몹시도 나를 아프게 하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는 엄마 없이는 이 무서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별에 대한 강한 공포감을 가질 만큼 저에게는 어릴 적 트라우마들이 꽤 많습니다. 혼자 어린이집에 남겨져서 울기만 했던 일, 주변이 캄캄해질 때까지 혼자 놀이터에 남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던 일 등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 장면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때문인지 저는 이별을 경험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엄마에게 머리채가 잡히고 머리에 혹이 나도록 주먹으로 맞고 온몸이 따갑도록 발길질을 당해도 거실에서 태연하게 TV를 보던 아빠에겐 기대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살면서 뭘 이뤘냐는 비난을 일삼던 아빠와 같이 있는 시간은 제게 너무 버거웠습니다. 엄마가 나를 죽일듯이 때리는 그동안만, 단지 그동안만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잔뜩 웅크린 채 버텨내면 엄마는 다시 다정한 사람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나는 엄마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대들 수도 없었습니다. 엄마가 나를 떠나면 나를 지켜주는 어떤 사람도 없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처절하게 죽어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고 상담을 받으며 상담 선생님에게 나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밉긴 하지만 엄마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아이는 어떻게 키워요? 혼자서 아이를 어떻게 감당하고, 사는 건 어떻게 살아요? 저는 세금 내는 법도 모르고, 은행일 보는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살아요? 그런 건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었어요"

 

이 말을 듣고 잠시 저를 바라본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아씨, 조아 씨는 어른이에요. 조아 씨의 남편도 어른이고요. 아이 키우는 거 뭐 어때요. 인터넷에 요즘 다 나와있어요. 모르면 카페나 블로그에 물어보면 되는 걸요."

 

상담 선생님의 그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먹었습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맞아 내게는 남편이 있지. 어쩌면 난 더 잘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저는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이별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우산이 없어질까 봐 너무나 두려웠는데 엄마를 떠나게 되면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오랫동안 저는 내 아이를 맡아서 길러주겠다던 엄마의 말을 의지하면서 엄마와의 이별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에게 줄 불안한 사랑과 돌봄보다 제가 더 안정적인 사랑을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리고 험난하고 무섭던 이 세상이 사실 별거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한 날부터 저는 엄마, 아빠, 언니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힘겹고 고통스러웠지만 피를 철철 흘리며 그 둥지를 빠져나왔습니다. 더 이상 엄마의 선 넘는 언행과 가스 라이팅을 견디며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여러 가지 루트로 저와 제 남편에게 뻗어오던 엄마와 아빠의 연락 역시 모두 차단해버렸습니다. 그런 제 옆에서 남편은 어느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고 제 옆을 지켜주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남편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 둘은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함께 한다면 다 감당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밑반찬도 만들고 나름의 집안일 규칙도 정했습니다. 함께 배달 알바도 해보았습니다. 모르는 기관에서 연락이 오거나 가계 일을 해야 할 때는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직접 가서 물어보며 무엇이든지 함께 했습니다. 돈뭉치를 들고 은행에 가서 새롭게 적금 계좌를 열 때 둘이 함께 은행 창구 앞 의자에 앉아 똘똘한 눈으로 은행원을 쳐다보곤 했습니다. 은행 일이 끝나고 그 은행원이 저희에게 그러더군요. 이렇게 사이좋게 부부가 함께 와서 은행 일을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요. 남편의 진정 어린 사랑과 배려를 맛보면서 저는 엄마의 우산을 어느새 잊어버렸습니다. 

 

부모님과 연락을 끊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부모님을 뵙겠지요. 그들과 이별하고나서 더 성장해있는 모습으로 부모님을 만날 생각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저는 이별을 통해서 혼자 사는 삶을 버티는 능력을 조금씩 길러내고 있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사람으로 부모님을 만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별은 새로운 시작임과 동시에 제 자신을 돌볼 소중한 기회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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