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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에 빠진 사람들

웰빙팡팡 2022. 9. 9. 12:01

결정을 잘해야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사소한 것도 잘 결정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어떤 고민이 생기면 우리는 누군가를 찾아갑니다. 믿을만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줄 것 같은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고민이 해결되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일단 털어놓기라도 하면 기분이 나아지고 고민도 해결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든 손을 내밀면 받아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나를 믿을 수만 있다면 인생은 참으로 편해집니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다른 이를 찾아 나서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약점을 잡히지 않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묻고, 해결책을 찾아내고 "괜찮다. 잘했다"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어떤 고민 상담자보다 낫지 않을까요.

 


 

결정을 잘하기 위한 조건 세 가지

어른이 되는 과정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결정해주는 시기를 지나면 곧 학교, 전공, 직업, 연애, 결혼, 독립 등 수많은 결정들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누구를 찾아가게 될까요?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테고,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 해결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간단합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 중간은 갈 것 같아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타인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있고 자기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따로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엔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정을 잘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적절한 타이밍입니다. 아무리 옳은 결정이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의미가 퇴색하거나 사라집니다. 결정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간과하는 점입니다. 옳은 결정, 후회 없는 결정을 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룹니다.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정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잘 압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자신이 결정하는 범위입니다. 아무리 현명하게 결정한다 해도 그건 자신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남의 결정을 대신 해줄 수 없고 미래를 결정할 능력도 없습니다. 한 학생이 연세대가 좋은지, 고려대가 좋은지 밤새도록 고민한다고 예를 들어 봅시다. 하지만 지금 이 학생은 그걸 결정할 때가 아닙니다. 오늘 공부를 할지, 어디까지 공부할지 결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결정에 대한 고민은 현재 자신의 범위에서만 고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세상에 '옳은 결정'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했다 해도 그게 후회할 결정인지 만족할 결정인지, 결정 당시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시 최선의 결정이었다 해도 훗날 후회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대충 결정한 일이 엄청난 행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알 수 있겠지요.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요.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한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정하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지 않습니다.

 

결정 잘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는 힘'입니다. 그들은 타인이 무심코 내뱉는 말, 이래라 저래라 훈계하는 말, 질투에 섞인 비아냥 등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마음에 줏대가 있고 단단한 자기 기준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크게 이상한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로 가진 돈을 몽땅 날려버리고는 '내 투자는 옳았어'라며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는 결정을 합니다. 처음부터 정답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결정에 만족합니다.

 

 

뇌과학으로 본 옳은 결정

올바른 결정을 하는 과정은 감성과 이성이 어우러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보통 어떤 결정을 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판단력을 총동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감정적으로 동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정을 잘하는 사람은 이때 무조건 자신의 결정이 맞다고 우기지도 않고, 왠지 틀린 것 같다고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이성의 영역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감정의 영역을 관장하는 변연계(중뇌)가 적절히 작용할 때 가능합니다. 이 중 하나가 잘못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전두엽만 활성화된 결정을 하면 실리를 취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감정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인 결정이라 하더라도 감정이 만족하지 못한 결정은 현명하다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결정을 하려면 변연계가 함께 활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의 감정에도 저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아무리 자기 입장에서 옳은 결정을 했다 해도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도 바른 결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회적 협의나 일반적인 관습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을 지지하기는 힘듭니다.

 

무턱대고 긍정적인 태도만 강조하는 것도 위험한 결정을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가령 중독에 빠진 사람은 결정도 빠르게 하고 후회도 잘하지 않습니다. 주식에 빠진 사람은 '이 돈을 주식에 다 투자해도 돼! 잘되겠지!'라고 생각해버립니다. 쇼핑에 중독된 사람도 마찬가지이죠. '이건 꼭 사야 해!' 하면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거짓 만족을 느낍니다. 제아무리 감정을 꾸며내 만족한 결정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 이성과 감성이 잘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옳은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정력을 키우는 방법들

결정력이 좋은 사람은 전두엽과 변연계가 각각 잘 활성화되고, 그 둘의 교류가 원활합니다. 즉,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부터 결정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예술 하기

전두엽과 변연계가 조화롭게 활성화되는 과정은 주로 예술 활동에서 나타납니다. 예술은 많은 경우 감정을 표현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슬픔이나 기쁜 감정을 아무렇게나 표현한다고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전두엽을 활용해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미술가라면 어떤 그림을, 어떤 물감을 써서 그려야 할지 '계산'을 해야 하고 작가라면 무엇을 어떻게 쓸지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력이 좋아집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성인이 되고나서 한동안 그림 그리기를 잊고 살다가, 병을 진단받고 난 뒤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립니다. 주되게는 하나의 펜을 사용하는 라인 드로잉을 즐겨하지만 사인펜, 물감, 색연필, 연필 등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보고 그릴 사진을 하나 골라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이 사진의 느낌을 표현해볼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어떤 색을 써야 할지 고민합니다. 평소엔 결정장애가 심해서 힘들어하다가도 그림을 그리는 이 과정만큼은 상당히 신속하게 결정하며 제 결정에 만족합니다. 저는 전두엽과 변연계를 둘 다 자극하는 그림 그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결정력을 발달시킨다고 느낍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나누기

요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면 '꿈은 크게 꾸라'류의 자기 계발 책의 영향 때문인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는 부류도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좋은 말이지만 정작 꼭 해야 할 것은 하지 않은 채 꿈만 꾼다면 문제입니다. 뭘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만 고민하다 보면 막연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과 반드시 해야 할 것을 나눠보면 도움이 됩니다. 

 

 

 

둘 다 하기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중 반드시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 둘의 교집합을 찾으면 됩니다. 특히 진로 문제에서 갈림길에 놓이는 경우, 가령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과 취업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한다면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글을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는 직장 일과 관련된 글을 블로그 등에 기록해나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의 경우는 스스로의 심리 치료를 위해 자존감에 관련된 서적을 읽고 생각을 바꿔나가는 작업이 필요했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들을 알려주는 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 둘을 합친 것이 바로 '나는내가조아' 블로그이죠.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제게 필요한 지식을 얻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꾸는 연습도 하면서 함께 공감하는 많은 이웃들과 소통하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렇게 적절히 교집합을 찾아서 둘 다 하는 것도 결정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입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작은 결정부터 잘해야 합니다. '라면을 먹고 잘까? 아니면 그냥 잘까?' 같은 갈등 사이에서 하는 작은 결정들 말입니다. 이런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결정을 이루고, 중요한 결정들을 잘해낼수록 자존감도 상승하게 됩니다. 타이밍은 너무 늦지않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리고 세상에 옳은 결정은 없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결정을 해봅시다. 소개해드린 방법들도 각각의 상황에서 적용해 봅시다. 저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해서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온 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버리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말이죠. 그때 느껴지는 좌절감과 스스로를 향해 느끼는 혐오감이란 정말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결정을 위해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 그동안 결정력을 기를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나는 결정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것, 그래서 내 잘못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하나하나 배워가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