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도서관/자존감 기르기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사랑

웰빙팡팡 2022. 8. 30. 16:50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나를 사랑할 리 없다고 확신하고 그래서 누가 봐도 부족한 사람의 사랑을 덜컥 받아들인 경험이 있나요? 이런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에게 사랑 고백을 받아도 의심부터 합니다. 처음엔 의심하며 만나다가 나중엔 매달리는 형국이 되고 말죠.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강렬한 사랑이라고 믿는데 사실은 집착입니다. 집착은 굳건한 사랑도 떠나게 하는 병입니다. 집착 때문에 사랑이 떠나면 자존감은 더 떨어지고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거봐. 또 떠났잖아. 역시 날 사랑하지 않은 거야'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집착하고, 집착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집착의 예시

 

 


사랑과 집착은 함께 온다

강아지나 화초를 길러본 적이 있다면 아마 공감할 것입니다. 어떤 것에 애착이 생기면 행복감과 동시에 두려움도 싹튼다는 것을요. 그 대상이 사람일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달콤한 행복에 빠져들지만 동시에 사랑이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과 불안도 함께 느낍니다. 그래서 대개 연애를 시작하고 석 달이면 왠만한 연인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투닥거리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고 화해하고 싸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이 과정을 남들보다 격렬하게 겪습니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시작해도 더 빨리 다투고, 더 심하게 싸우며, 화해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한 번 더 떨어집니다. 사랑을 할 때마다 더 소심해지고 상대에게 집착하는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상해서, 배울 게 많아서, 잘생겨서, 순수해서 또는 아무 이유 없이 등등.

그중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니까'밖에 없는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 속에는 '나를 사랑해주는 건 상당히 특별한 일이야. 남들은 그러지 않거든' 하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원래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데 이 사람만 특이하게 나를 사랑한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나는 사랑스러운 존재야. 그래서 누가 나를 사랑하는 건 자연스러워'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 느낌은 사랑을 유지하는 중요한 보호막이 됩니다. 반면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잊은 사람들에겐 사랑도 어렵습니다.

 

연인들이 다투는 이유는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명제에 의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기념일을 안 챙겨줘서, 연락을 잘 안 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은 똑같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카톡을 안 할 수가 있어?"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 기념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지?"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다른 이성에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어?"

 

이러면서 다툼이 시작됩니다. 하는 말은 다르지만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명제를 확인받고 싶은 의도는 똑같습니다. "너를 진짜 사랑해. 근데 바쁠 땐 카톡을 좀 못 볼 수도 있는 거야. 너야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반론이 몇 번 오가고 감정이 격해지면 이내 싸움으로 번지고 맙니다. 가벼운 사랑싸움이라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이런 싸움이 반복되고 근본적인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연애 패턴이지요. 

 

이렇게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사실에 확신이 없으면 상대를 의심하게 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컨대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말에는 시간을 안 지켰다는 질책만이 아닌 '내가 가치 없는 존재니까 약속을 어기는 거야'라는 의미까지 숨어 있습니다. '사랑에 취했을 땐 그러지 않더니 내 정체를 알아버려서 사랑이 식은 거지'라는 불신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싸움은 과격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약속 시간에 늦은 이유뿐 아니라 사랑한다는 사실, 앞으로도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설득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반응하는 것만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 이후의 행동을 바꾸거나 의견을 맞춰가는 데까지는 갈 엄두가 안 난다는 점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상대에게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대신 자신의 모난 성격, 외모, 상처, 애정 결핍 등 부족한 점들을 떠올립니다. 누가 봐도 사랑 문제가 아닌 자존감 문제입니다. 

 

물론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도 분노나 서운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랑이 식었다거나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싸움은 대부분 독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들은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낼 정도로 싸움을 끌고 가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화해를 하고, 행동 변화를 위한 대책을 빨리 세웁니다. 이들은 '나를 안심시키려면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는 메시지 또한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상대의 표현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도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죠. 

 

잘 사랑하기 위한 기초 공사

'자신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는 사랑을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 공사입니다. 이것이 무너지면 안정된 사랑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내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를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외모를 보기 좋게 가구고, 말투나 행동, 심지어 능력과 직장까지 바꿉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 앞서 '내가 나를 사랑하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을 할 때 상대와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옷을 고르거나 미용실에 갔을 때도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에 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에 들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의 관점에서 평가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주체적이 되어야 합니다.

 


 

결혼 전 남편과 저는 참 많이도 싸웠습니다.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싸운 적도 있었죠. 머리가 아파서 쓰러질 정도로 독하게 싸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 저는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우리는 독하게 자신의 말들을 오래도록 내뱉었지만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대화만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될 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남편을 잃어버릴 까봐 두려웠습니다.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을 또다시 만날 수는 없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못생겼고 거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매력이 없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수백 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왜 저런 말투를 하지? 나를 싫어하나?'

'내 앞에서 왜 핸드폰만 하지? 내가 지겹나?'

'내가 힘들어하는 거 알텐데 왜 그런 말을 하지? 나를 무시하나?'

'사랑이 금방 식어버릴텐데 그때 난 어떡하지?'

'이렇게 날 예뻐해도 1,2년 후면 달라질 텐데 어떡하지?'

'이 모든 약속이 말뿐이면 어쩌지?'

 

얼마나 지쳤을까요. 이 모든 생각들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나를 보며 남편은 얼마나 또 힘들었을까요. 이런 생각의 늪과 독한 싸움은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남편은 곧 넉다운이 되었고 그런 남편을 보며 저는 자존감이 더 무너져버렸습니다. 방문을 발로 걷어차서 구멍을 내고, 창문을 맨주먹으로 쳐서 손등에 피멍이 들었습니다. 말싸움이 시작되면 제 감정은 폭발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지요. 그때의 나는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너무 밉고 싫어서 죽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지요. 

 

 

 

치료를 시작한 지 3년 째인 지금 우리 부부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편은 제 힘들고 아픈 모습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저는 그런 제 옆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어 준 남편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이는 더 견고해졌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우리는 싸움이란 걸 하는데 과거의 싸움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점잖은 대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며 소리를 지르지 않고 상대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도록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말을 끊고 싶어도 꾹 참고 남편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합니다. 만약 서로 오해한 생각들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짚어주면서 서로 사과합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상대가 해주었으면 하는지를 얘기합니다. 그렇게 싱겁게(?) 싸움은 끝이 납니다.

 

저는 예전처럼 상대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스스로를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격려했고 '너는 괜찮아'라는 글을 쓴 종이를 벽에 붙이곤 수시로 읊어가며 다짐했습니다. 나는 나아질 거라고. 나를 사랑하는 기초 공사는 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저는 직접 깨닫고 맛보고 싶습니다.